사상 가장 낮은 체온으로부터 소생한 여성

노르웨이 북부 트롬소에 있는 북노르웨이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방사선과 의사 안나 보겐홀름 씨는, 일찌기 심부체온이 13.7도라고 하는 생존이 절망적인 상태에서 생환한 "사상 가장 낮은 체온으로부터 소생한 여성"이다. 도대체 왜 보겐홀름 씨는 심각한 저체온 상태에서 살아날 수 있었는가?

 


보겐홀름 씨는 1999년 5월, 병원에서의 근무가 끝나고 친구들과 스키를 타러 갔었다. 모두가 노련한 스키어였고, 날씨도 좋았고 컨디션도 좋았다고 하는데 보겐홀름 씨는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스키판이 빠진 상태에서 언 개울로 미끄러져 떨어졌다는 것.

몇 초 후에 따라잡은 친구들은 얼음을 뚫고 강에 가라앉아 버린 보겐홀름 씨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구급대를 불렀는데, 그동안 보겐홀름 씨는 얼음 밑에서 어떻게든 공기가 있는 곳을 발견, 호흡했지만, 얼어붙는 듯한 추위로 체온이 급저하해 의식을 잃었다.

보겐홀름 씨는 도착한 구조대가 삽으로 판 구멍으로부터 구출됐지만, 구출될 무렵에는 수몰된 지 80여분이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는. 당시의 보겐홀름 씨는 피부가 유령처럼 하얗게 되었고, 심장도 뛰지 않았으며, 동공도 확대되어 있었다고.

헬기를 타고 보겐홀름 씨를 대학병원으로 후송하는 중에도 구급대는 심폐소생술(CPR)을 계속 시도했지만, 대학병원 응급의료부문에 근무하는 매즈 길버드 의사는 "내가 그녀의 살갗에 닿았더니 얼음처럼 차가워져 있어 완전히 죽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심전도는 완전히 작동하지 않았습니다"라며 생존의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회고.

 


이때, 언 강물에 빠진 보겐홀름 씨의 체온은 극단적으로 저하되어 있었고, 일반적으로 인간의 심부체온은 약 37도 정도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체온이 저하될 것 같으면 피부의 혈관이 수축하거나 근육이 떨리거나 하여 체온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체온이 계속 내려가서 심부 체온이 35도를 밑돌면 저체온증이 되어, 혈압의 저하, 호흡의 이상, 착란 등의 증상을 나타내고, 저체온증이 되면 뇌의 기능이 둔해질 뿐만 아니라, 갑자기 옷을 벗어 버리거나 눈구멍에 들어가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겐홀름 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의 체온은 이미 강에서 끌어올린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13.7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극한 상태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을 기록한 "Extreme Medicine: How Exploration Transformed Medicine in the Twentieth Century"라는 책의 저자인 생리학자 케빈 폰 씨는, 보겐홀름을 항상 소생시키려는 시도는, 과거의 의료팀이 항상 실패한 시험이었다고 지적.



하지만, 길버트 씨 등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소생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 길버트 씨는 "그녀가 따뜻해지고 사망이 확인될 때까지 우리는 그녀의 죽음을 선포할 생각이 없었다"라고...

그리고 보겐홀름 씨를 인공심폐장치에 연결해 체외로 내보낸 혈액을 따뜻하게 했다가 다시 순환시키는 일을 반복하는 동안 점차 보겐홀름 씨의 생명반응이 되돌아왔다는 것. 몇 시간에 걸쳐 보겐홀름 씨의 체온은 상승했고, 이윽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점차 몸의 다른 부분도 활동을 재개했다. 결과적으로, 사고 후 12일 만에 보겐홀름 씨는 깨어났고, 그 후의 치열한 재활로 인해 이동과 보행, 마침내 스키까지 탈 수 있게되었다.

 


Atlas Obsucura는 보겐홀름이 절망적인 상태에서 살아 돌아온 이유에 대해, 너무도 급속히 몸이 냉각된 것이 컸다고 지적. 사람들은 보통 추운 환경에 대해 여러가지 방어 본능을 구사하지만, 보겐홀름 씨는 몸이 적응할 사이도 없이 얼어붙은 강물에 가라앉는 바람에 뇌가 본질적으로 순간 냉동돼 살아남기 위해 거의 산소가 필요없는 상태로 끌려 내려갔다는 것.

그래서, 얼음 밑에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도 근육이나 신경에 비해 뇌는 큰 손상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온몸이 따뜻해지고 소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죽음은 순간의 일로 여겨지지만, 실은 과정입니다"라고 지적하듯 생명의 죽음은 몇 분에 걸쳐 진행된다. 그러나 보겐홀름 씨의 경우는 순간적인 냉동이 이 과정을 지연시켰기 때문에, 의사의 개입이 몇 시간 후에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