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 칸과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더 적을 가능성

칭기즈 칸은 몽골 제국의 초대 황제로,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그의 혈통을 이어받은 남성이 전 세계에 약 1,600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지만,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와 일본의 국립유전학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이, 카자흐스탄 울리타우 지역에 있는 중세 지배층의 묘에서 발굴된 인골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칭기즈 칸의 후손 수가 지금까지 생각되었던 것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시사되었다.

 


몽골 제국과 그 계승 국가인 조치 울루스는, 유라시아의 정치·경제·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지만, 칭기즈 칸과 그의 일족은 “매장 후 수천 마리의 말로 땅을 평평하게 만들어 숨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비밀리에 매장하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직접적인 유전 정보는 얻어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 대상이 된 카자흐스탄 울리타우 지역에는, 칭기즈 칸의 장남으로 알려진 조치의 묘로 여겨지는 건물과, 알라샤 칸 등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딴 묘가 남아 있으며, 조치 울루스 시대의 중요한 역사 유산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네 개의 묘에서 출토된 남성 3명과 여성 1명의 인골에서 DNA를 추출했으며, 또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실시한 뒤 최신 DNA 분석 기술을 이용해 100만 개 이상의 유전적 특징(SNP)을 조사하고, 고급 통계 기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조치의 묘에서 발견된 남성과 다른 두 명은 14세기 인물이며, 나머지 한 명은 18세기 인물인 것으로 밝혀졌고, 남성 3명의 Y염색체를 자세히 분석한 결과, 모두 C3라는 특정 계통에 속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는 이전부터 칭기즈 칸 가문의 특징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던 계통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조치의 묘에서 발견된 남성이 칭기즈 칸과 부계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제시되었다.

또한, 전체 게놈을 상세히 분석한 결과, 이들은 현재 카자흐스탄 주변의 토착민이 아니라, 몽골 고원에 살았던 고대 북동아시아인과 매우 가까운 유전적 배경을 지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발굴된 인골의 주인들은 실제로 중세 몽골 고원에 살던 여러 인물들과 유전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몽골 고원에서 지배층으로서 이 지역에 들어온 일족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몽골 지배층이 지닌 유전 계통이 C3 가운데에서도 매우 드문 계통이라는 점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는데, 이것은 그동안 널리 알려져 있던 “세계 남성의 약 0.5%가 칭기즈 칸의 후손이다”라는 통설을 뒤집을 수 있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 따라서, 실제로 칭기즈 칸과 혈연으로 이어진 후손의 수는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생각되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또한, 매장된 사람들의 문화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관찰되었는데, 발굴된 인골은 머리를 서쪽으로 향하게 하는 등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방식으로 매장되어 있었지만, 동시에 동물의 뼈나 의복, 금으로 만든 컵 같은 화려한 부장품도 함께 묻혀 있었다는 것. 원래 이슬람에서는 부장품을 인정하지 않지만, 이러한 모습은 이들이 기존의 전통적 신앙에서 이슬람으로 문화가 이동하는 과도기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