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기묘한 생물 중 하나로, 뼈가 없어 몸이 매우 부드럽고, 카멜레온처럼 몸 색깔을 바꿀 수 있으며, 심장이 3개이고, 구리를 주성분으로 하는 푸른 혈액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어의 성생활을 조사한 논문이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에 의해 발표되었으며, 그 성생활 역시 매우 독특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어가 서식하는 심해는 짝을 찾기 어려운 환경이며, 또한 문어는 무리를 이루지 않고 단독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파트너를 만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 때문에 문어가 서로 만나 번식할 때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오랫동안 생물학자들을 고민하게 만들어왔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수컷 문어가 교접완을 이용해 암컷을 식별한다는 점 정도였고, 그 이상의 내용은 엄밀한 과학적 근거보다는 일화적 증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문어의 성생활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는데, 실험에서는 야생에서 포획한 수컷과 암컷 캘리포니아 투스폿 문어를 같은 수조에 넣었다. 하지만 야생 문어는 단독 생활을 하기 때문에, 서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었고, 이에 연구팀은 수조에 칸막이를 설치, 이 칸막이는 불투명하며, 문어의 팔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이 뚫려 있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칸막이를 설치해 문어들이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안정감을 갖도록 한 뒤, 이후에 칸막이를 제거할 계획이었다”고 설명.
그러나, 수컷과 암컷 문어는 그 구멍을 통해 교미를 진행했기 때문에, 칸막이를 제거할 필요가 없었는데, 문어들은 열린 구멍을 통해 관계를 이어갔기 때문. 이에 대해 연구팀은 “우리는 매우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고 언급.

수컷 문어는 교미 시, 칸막이의 구멍을 통해 교접완을 뻗어 먼저 암컷을 만지고, 이후 체강 내부로 팔을 깊이 넣는다. 연구팀은 “문어는 모든 내장으로 이어지는 개구부인 체강을 가지고 있다. 수컷은 암컷의 모든 내장에 닿을 수 있으며, 이는 상당히 침습적인 행동”이라고 설명. 수컷의 교접완이 암컷의 체강 내부에 들어간 이후, 문어는 약 1시간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문어가 교미할 때 수컷은 암컷 몸속에서 난관의 입구를 찾아내고, 특수한 부속 기관을 이용해 정자를 전달해야 하며, 게다가 이 과정은 시각적 단서나 암컷의 피드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수컷이 외투막 안에 있고 암컷이 수용 상태에 들어가면, 암컷은 모든 움직임을 멈춘다. 이는 매우 정밀한 운동 제어가 필요한 행동이기 때문이다”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문어의 교미 방식에 대해 Ars Technica는 “이 과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성행위라기보다는,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하거나 전투기가 공중에서 급유를 받는 모습에 더 가깝다”고 표현했다.
한편, 수컷 문어 두 마리를 같은 수조에 넣었을 때는 교접완으로 접촉은 했지만, 교미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는 암컷에서 유래한 특정 화학물질이 교미를 유도할 가능성을 시사.
연구팀은 문어의 성생활을 분자 수준에서 밝히기 위해, 암컷의 생식기관을 분석했고, 그 결과 난관과 난소에서 성 스테로이드 호르몬 생성에 필수적인 효소가 높은 수준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을 확인. 특히, 난관에는 여성 호르몬의 일종인 프로게스테론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가 풍부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암컷을 수조에서 제거하고, 대신 다양한 화학 물질을 도포한 원뿔형 플라스틱 튜브를 칸막이 구멍에 삽입했더니, 수컷 문어는 프로게스테론이 도포된 튜브에 대해 암컷 외투막에서 보였던 것과 유사한 교미 탐색 행동을 보였다. 반면, 유사 스테로이드나 담즙산, 쓴맛 물질이 도포된 튜브에는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수컷 문어는, 교접완에 존재하는 CRT1이라는 화학촉각 수용체 단백질을 통해, 암컷이 방출한 프로게스테론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교접완을 관찰한 결과, 그 끝부분이 일반 감각 흡반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작은 흡반으로 덮여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교미에 특화된 흡반으로 추정되며, 신경세포가 밀집해 있는 것도 밝혀졌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투스폿 문어뿐 아니라, 다양한 두족류를 조사했으며, 그 결과 두족류의 난소는 모두 성 스테로이드 생성에 필요한 효소를 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교접완의 형태는 종마다 다르지만, 모두 외부에서 투여된 프로게스테론에 강하게 반응하는 흡반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연구팀은 “서로 다른 종의 문어 간에도 교미가 일어나는지”, “문어가 교미 상대를 선택하는지”, “교미 중 약 1시간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포식자에 대해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닌지” 등의 질문을 향후 연구 과제로 남겼다.